top of page

                         

w. 쀼 (@sub_enjoy)

 “쇼요.”

 “응? 불렀어?”

 부르면 그렇게 바로 돌아봐 주면서. 별말 않고 쇼요를 비껴보며 안 불렀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러자 바로 고개가 바로 핸드폰으로 향한다. 그 핸드폰은 아까부터 왜 그렇게 눈을 못 떼는 건지. 거기에 내가 있는 거야? 설령 내가 거기 있더라도 그곳 보다는 만지고 닿을 수 있는 여기 내가 훨씬 좋지 않나. 괜히 마음 상해 바라보던 고갤 돌려 머리카락으로 시선을 감춘다. 이러려고 기른 머리가 아니고, 자르지 않은 머리가 아닌데. 삐죽이려는 입술을 감추고 옆에 잠시 두었던 게임기를 집는다.

 오랜만에 도쿄로 놀러 온다기에 기대했다. 연인이 나 보러 온다는데.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알차게 보내고 싶어 둘이서 무얼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아 결국엔 집으로 초대했다. 방을 둘러보며 신기해하는 것도 잠시. 그 후론 이렇다 할 것도 없이 서로 침묵하는 중.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침대에 엎드려 계속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쇼요와 아무 말도 못 하고 벽에 기대앉아 있는 나.

 이미 보스까지 깬 게임인데 움직임이 없는 캐릭터만 보고 있다 발가락만 꼼지락 거려본다. 음. 말을 걸어볼까. 뭐라고 해야 하지. 배고프냐고 물어볼까. 아니면 내일 몇 시에 갈 거냐고? 이건 좀 얼른 가라는 것 같으니까 빼고. 내일 가기 전에 어디 구경이라도 하자고 얘기할까? 아니면, 벌써 12시가 넘었으니, 졸리냐고 물어봐야 하나.

 “누구랑 그렇게 계속 연락하는 거야?”

 ……. 코즈메 넌 이 게임에서 진 거야. 하고 많은 말 중에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튀어나올 줄이야. 안 그래도 멈춘 듯한 공기에 어색함이 감돈다. 망했어. 망해버렸다고. 젠장.

 “아! 쿠로오 씨랑 연락하고 있었는데. 으음. 음….”

 엎드려서 흔들고 있던 다리가 뚝 하고 멈추더니 뭔가 곤란한 듯 검지로 볼을 긁적인다. 나한테 들키면 안 될 만한 그런 내용을 주고받고 있었던 건가?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움직여 침대 위로 올라간다. 엎드려 있던 쇼요가 내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따라 몸을 돌리자 내가 쇼요 위로 올라탄 꼴이 됐다. 갈 곳 잃은 동공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그대로 보인다. 긴장하는 거야, 쇼요?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까부터, 누구랑 연락하나 했더니. 쿠로였어?”

 “어? 응, 쿠로오 씨였는데. 저기 켄마, 그러니까!”

 “응. 듣고 있어.”

 멈춰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막상 이렇게 내려다보니 몸이 거부한다. 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자 말랑한 살이 손바닥에 닿는다. 긴장한 탓에 몸이 굳은 게 느껴진다.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위로 향하자 이렇다 할 말도 못하고 움찔거리기만 한다. 할 말 있었지? 계속 말해도 되는데.

 “켄마! 생일 축하해! 선, 선물은 나고, 켄마 좋을 대로 해도 괜찮아!”

 저기, 쇼요. 그런 말을 하면 더 진도를 나갈 수 없잖아. 아니, 그것보다도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가르친…….

 누가 시켰을지 뻔하다. 넣었던 손을 빼고서 가슴께까지 올라간 티를 잡아 정리해준다. 바지 안까지 꼭꼭 넣어서. 잠시 이성을 잃고서 한 행동에 스스로도 어이가 없지만 반항도 안 한 쇼요도….

 “쇼요. 그런 건 배우는 거 아냐.”

 “엑. 그렇지만, 이렇게 하면 켄마가 좋아할 거라고 그랬는데?”

 좋지. 좋다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은 아냐. 쇼요. 옷을 다 정리해 주고 다시 침대 아래로 내려와 앉아 쇼요를 본다. 더 안 할 거냐는 순진무구한 눈빛에 사그라진 욕구가 불쑥 고개를 처든다. 후. 코즈메. 게임은 한 단계씩 클리어 해 나가는 거잖아. 남이 알려준 방법으로 시작하면 재미없지.

이제는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은 쇼요의 다리에 머리를 기대고 올려다본다. 본인도 살짝 민망한 것인지 시선을 회피하며 검지로 볼을 긁적이고 있다. 민망해할 거면서 쿠로가 시킨 대로 하다니. 도대체 어디서 나온 용기인 건지. 내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고개를 다리 쪽으로 돌려 옷 위로 살짝 입 맞춘다. 쇼요. 나를 봐.

 “지금은 내 옆에 쇼요가 있는 거로 충분해.”

 내 말에 시선을 맞춘다. 그래. 그렇게 나를 봐. 나만 봐, 쇼요. 내 말이 만족스러운지 예의 그 웃음을 보이며 생글거린다. 볼을 부비는 척하며 머리카락으로 눈을 살짝 덮은 채 기댄다. 머리 위에서 내일 뭐 하면 좋을지 조잘거린다. 그 작은 머리통에 뭐가 그렇게 많이 들은 건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계획을 가만 듣고 있자니 하루 이틀 준비한 게 아닌 듯하다. 음. 그렇지만 쇼요. 나는 그런 거 배우지 말라고 했지, 선물을 안 받겠다고 한 건 아닌데…. 그건 뭐 내일 되면 차차 받기로 하고. 지금은 마음껏 상상하게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상상하는 건 자유니까.

 일정한 톤이 흥분할 땐 높아졌다가 동의를 얻으려고 할 땐 잠시 수그러들었다 다시 높아지길 반복한다. 얼마나 들떴는지 눈앞에 그려질 정도라 귀여워서 쓰다듬어 주고 싶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눈꺼풀 무겁다. 응. 응. 쇼요, 우리 그거 나중에 다 하자. 쇼요, 나 졸려. 우리 집에 온 손님은 넌데. 조금만. 조금만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 그땐, 네가 주려는 선물부터 받고.

Copyright ⓒ 2016 KENHINA Collaboration all rights reserved

1920*1080 PC chrom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