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 페리(@perry_0127))

쇼요.
너의 불안을 나는 이해할 수 있어. 요새 네가 나를 보채는 일이 많아진 것도. 전파 너머의 목소리가 묘하게 날카로워졌다는 것을 느껴. 우리는 항상 격린하지는 못하지. 마음은 언제나 함께일 거라고 속삭이던 밤이 거짓된 것이 아니길 바라며 편지를 써.
우린 그날 분위기에 취해있었어. 도쿄와는 달리 미야기현은 하늘에 네온사인이 아닌 진짜 별이 떠 있었어. 그렇게 많은 별들을 본 건 어릴 때 시골로 놀러 간 이후 처음이야. 맑은 웃음을 지으며 언덕을 오르는 너의 장난스러운 발걸음을 쫓았지. 너는 나보다 조금 높은 곳에 서서 내 손을 잡았어. 너의 부드럽고 따스한 손. 난 그 손의 다정함을 기억해. 어느새 내 뺨을 어루만지던, 조심스럽게 나와 겹쳐지던, 수줍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던 그 손 말이야. 우리는 풀 위에 앉았고, 바람은 어쩐지 미지근한 느낌. 너는 고개를 들고 손가락으로 하늘의 중앙을 가리켰어. 넌 말했지. 저기 가장 크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것들이 북두칠성이라고.
별을 하나하나 짚어가던 네 손에 나의 손가락을 끼워 맞췄어. 깍지 낀 두 손으로 심장박동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아 부끄러웠지. 바람은 나의 머리칼을 헤집어 놓고, 고개를 돌리자 너와 눈이 마주쳤어.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침묵이 주는 부드러움은 내게 확신을 줬어.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네게 좀 더 다가갔어. 살짝 내민 내 얼굴 위로 너는 손을 내밀었지. 엄지가 내 뺨을 쓸었어. 엄지가 내 뺨을 쓸었고, 나는 너의 어깨를 감싸며 널 끌어당겼어. 입술이 닿았을 때의 첫 느낌을 기억해. 부드러운 거품을 입안 가득 베어 문 것 같아서, 눈을 뜨고 입술을 떼면 네가 사라져 있을 것 같아 무서웠어.
내게 기댄 너의 태양을 닮은 머리카락들이 나를 간지럽히던 그 밤. 하늘에 떠 있는 모든 별들이 우리를 위한 목격자가 되어 사랑을 증명해주던 그날의 어둠 아래에서.
나는 언제나 쇼요 네 사랑의 방식을 베끼려 들었어.
초기와는 다르게, 우리의 무든 부분이 닮아있다고 느낀 그때와는 달라. 우리가 가까워질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생긴다는 걸 알아버렸잖아. 서툰 나의 행동과 말투에 네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이었지. 나는 너의 상냥함을 보았고, 그것을 나의 방식으로 습득해나갔어.
누구보다도 행복하던 그날, 아이러니하게도 난 우리가 하나의 데칼코마니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너와 나는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다른 것들을 보고 있었구나. 뿌연 구름 아래 꾸역꾸역 자리 잡아 빛을 내고 있는 간판들. 나는 그런 것들에 둘러 싸여 살았어. 인공의 빛들에 감싸져 있던 나지만 내 마음마저 가짜였던 것은 아냐. 수십만 년을 거슬러와 반짝이던 그것들과 그 밑에 선 너의 사랑에 비하면 초라할 뿐이겠지만.
그래서일까. 이상할 정도로 확장된 감각에 너의 작은 떨림에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머리가 아파. 우리의 불안정한 나중을 묻는 너에게 나는 괜찮을 거라는 대답밖에 하지 못했어. 네 눈물이 배어 나오는 듯한 목소리가 귀에 울려서는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약속을 하나 하자. 절대로 깨지지 않을 약속을.
그날 밤 넌 내게 별을 보여줬지. 수많은 별들과 그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나는 일곱 개의 별. 예전부터 길 잃은 항해사들에게 나침반으로 쓰였다는 북두칠성을 봤잖아. 내 말은 말이지, 쇼요. 이제부터 내가 너의 북극성이 되어줄게. 가련한 네가 안갯속에서 헤매는 순간이 오면, 우리의 관계가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면 내가 모든 것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할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북두칠성처럼 언제나 너만을 담아두며 살 거야. 나의 기쁨과 우울, 내 모든 숨결까지도 다 네게 줄게. 변하지 않는 숭고한 마음을 가지며 우리 다시 한 번 손을 잡자. 왼손 오른손 엇갈리지 않게. 모든 계절이 지나도 항상 같은 곳만을 바라보고 머무르는 그 작은 별들의 속성. 북두칠성의 잔류.
이 세상에 오직 너와 나 둘 뿐인 것 같았던 그 밤을 박제해두었어. 그러니까, 넌 너의 모든 어둠을 내게 물들여도 좋아. 사소한 우울과 애증 하나까지도 모두 내게 줘. 그러면 나는 널 위해 더 환하게 빛날게.
히나타 쇼요. 눈을 감았을 때도 내겐 오직 너만이 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