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 민트맛뱅봉(@@minabng0428)
켄마! 생일 축하해!―쇼요
히나타에게 문자가 오고 나서야 켄마는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켄마는 생일이란 그저 애플파이를 많이 받을 뿐인,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달력에 표시를 하지도 않았다. 부모님도 그런 켄마를 알기 때문에 생일 축하한다는 말 뿐이었다. 어차피 어제랑 똑같은 하루, 더 특별할 것도 없지 라고 켄마는 생일마다 생각했다. 그러나,
켄마, 아침에 무슨 좋은 일 있었어? 두근두근 표정인데? 설마 생일이라고 이러는 거야? 네가? 라는 쿠로오를 시작으로 켄마를 만나는 사람마다 켄마에게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등의 말을 했지만 켄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 무표정에 소름끼치는 표정이나 짓는 자신이 얼굴에 오늘 기분이 좋다고 드러낼 리가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야, 너 오늘 하루 종일 두근두근 표정이라니까. 쿠로오는 하굣길에 다시 한 번 켄마에게 그 말을 강조했다. 대체 그 표정이 어떤 표정인데. 거울 보여줄까? 쿠로오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손거울을 켄마에게 들이댔다. 됐어. 켄마는 신경질적으로 거울을 쳐냈다. 지금 표정이 딱 신작 게임 하기 전 표정이랑, 꼬맹이 볼 때 표정이야. 꼬맹이? 쇼요? 켄마는 불현 듯 아침에 온 문자를 떠올렸다. 생일 축하한다는 히나타의 문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때마침 히나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켄마는 답지 않게 심호흡을 하곤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켄마? 지금 연습 끝난 거야? 응, 쇼요. 무슨 일이야? 다행이다! 켄마! 나 지금 도쿄 역이야! 켄마는 물론 옆에서 통화 내용을 엿듣고 있던 쿠로오까지 깜짝 놀랐다.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몰래 와버렸는데, 여기서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어! 응...조금만 기다려 쇼요. 켄마는 전화를 끊었다. 뭐야, 지금 꼬맹이 혼자 도쿄 온 거야? 쿠로, 우리 엄마한테 말 좀 해줘. 쇼요 오늘 우리 집에서 잘 거야. 켄마는 쿠로오가 무어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달리기 시작했다. 켄마, 켄마! 어디가! 쿠로오가 말한 두근두근 표정이 무슨 표정인지, 켄마는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켄마의 지금 표정이기 때문에.
순식간에 역 앞에 도착한 켄마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자신도 이제 자기감정을 깨달았지만 그것을 히나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원채 쓰이지 않던 얼굴 근육이 말을 제대로 들을 리가 만무했다. 겨우 어느 정도 얼굴을 가라앉히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다를 것이 없었다. 쇼요, 쇼요... 켄마는 히나타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히나타를 찾았다. 다행히도 히나타의 햇살색 머리 덕분에 인파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나, 켄마는 망설였다. 저 인파 속을 뚫고 히나타에게 도달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지, 어떻게 가지... 켄마는 한참을 망설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며 돌진할 준비를 했으나, 정작 히나타가 보이지 않았다. 켄마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히나타는 찾을 수 없었다. 어디 간 거야 쇼요...
켄마!
켄마는 뒤를 돌아보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밝은 웃음의 히나타. 켄마 푸딩 머리 덕분에 찾았어!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켄마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오랜만이야 쇼요. 학교는? 오늘 개교기념일이야! 내일부터 주말이니까, 겸사겸사 켄마 보려고 왔어. 그런데 켄마, 오늘 생일이여서 그런 거야? 기분 좋아 보여! 켄마는 될 대로 되란 식으로 자신이 이렇게 뛰어서 역까지 오고, 이런 표정을 짓는 까닭을 고백했다. 응, 나 쇼요 좋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