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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에스(@GN005S)

 사는 일에 항상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코즈메 켄마는 늘 생각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에 이성적인 남자였다. 그나마 가장 열의를 가지고 임했다고 할 수 있는 배구의 시작조차도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 애매한 그의 인생은 딱히 더 흥미로울 필요가 없었다. 그에게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렇게 했다. 가끔 무언가 잘 풀리지 않거나, 명확히 더 강한 상대를 만날 때는 경기에 졌다. 분함에 주먹을 쥐는 팀원들의 약간 뒤에서, 켄마는 떨리는 그들의 등을 보았다. …시시한 이야기다.

 소란스럽다 못해 시끄러울 정도인 바깥에 비해서 창문 닫힌 교실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오늘의 코즈메 켄마는 그 고요가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켄마에게 그 자신이 탄생한 날은 커다란 의미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 의미 정도는 있었더라도 딱히 기념할만한 것은 정말로 아니었다. 그는 이제 꼬마 쿠로의 곁에서 함께 눈을 빛내며 아버지의 선물을 풀어 볼, 기대에 찬 까만 머리 소년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무척 우습게도, 오늘 켄마는, 생일이라는 이유로 배구부로부터 하루의 오프를 선물 받은 것이다.

삑, 삐빅,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교실에는 게임기의 버튼을 누르는 소리만 작게 울렸다. 무심한 표정이 변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주 가끔씩ㅡ위기이거나 찬스이거나ㅡ들뜬 표정을 지을 떄조차도 겨우 한순간이었다. 아무렇게나 놓아둔 휴대폰이 연이어 진동하지 않았더라면 소년은 아마 한참이나 그대로 시간을 보냈을 테다.

 [ 켄마, 선물 준비했어! ]

 액정에 떠오른 글자와 한 장의 사진. 그제야 켄마는 문득 창밖을 보았다. 저녁의 태양이 그의 생각보다 밝았다.

 

**

 

 - 저기, 나 갑자기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켄마.

 "……쇼요는… 도쿄에 몇 번 와 보지도 않았으니까."

 - 그래도 철저하게 답사 했다고!

 

 얇은 입술이 삐죽 튀어나온 표정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 켄마는 통화 중인 상대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작게 웃었다. 켄마는 수화기 너머의 히나타가 전해주는 장소로 무작정 걷고 있었다. 편의점을 지나서, 강가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서, 작은 만두 가게를 지나서, 여러 장소를 오가는 동안 켄마가 아는 길도 모르는 길도 있었지만, 목적지만은 영 아리송했다.

 

 "쇼요, 역시 이거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 아니야, 켄마. 조금만 힘내 봐. 혹시 근처에 빨간 지붕인 집 보여?

 "응."

 - 오! 거의 다 온 것 같아!

 

 그 말대로였다. 고개를 왼쪽으로 한 번, 바로 오른쪽으로 한 번 돌린 켄마의 시야에 가득 들어차는 것이 바로 새빨간 지붕의 주택이었다. 히나타의 목소리가 들뜨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져서, 이번에는 켄마가 드물게도 소리 내어 웃은 다음 어느 골목길을 향해 들어갔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골목 너머 저편에, 아마도 목적지로 보이는 놀이터 하나가 보였다.

 다 왔어, 켄마. 어서 찾아봐. 코즈메 켄마는 놀이터 중앙에 있는 커다랗고 동그란 구조물ㅡ켄마는 그 놀이기구의 이름이 무엇인지 몰랐다ㅡ안으로 들어갔다. 쇼요라면 분명 여기에 숨겼겠지. 어느새 켄마는 신작 게임을 공략할 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모서리의 구석에는, 친절하게 주황색 모종삽까지 놓여 있어서 결국 켄마는 제법 크게 웃고 말았다.

 

 "쇼요, 숨길 생각이 있었던 거야?"

 - 켄마만 찾을 수 있도록 숨겨놓은 거야.

 

 히나타가 숨긴 선물은 그리 깊게 묻혀있진 않았다. 소년이 모래를 조금씩 파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종삽의 끝부분에 무언가가 딱딱하게 걸리는 느낌이 났다. 상자였다. 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에 남은 모래를 살살 털어냈다. 그것은 금색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지만,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물건이었다. 수화기 너머의 히나타는 되려 긴장한 듯 말이 줄었다.

 

 - 찾았어? 찾았어, 켄마?

 "오르골?"

 - 으응.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내 방에 있던 거야.

 

 중학교에 다닐 때도 말야. 시합에 지고 나면 그 날 밤은 잠이 안 오는데, 그걸 틀어놓으면 잘 수 있었거든. 어느새 히나타는 평소처럼 재잘재잘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분명 켄마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

 "…응, 정말 그렇겠네."

 - 나중에 만나면, 내가 숨겨진 사용법을 설명해 줄게.

 "다음 합숙에 가지고 갈게."

 - 응. 그럼 나중에 봐, 켄마!

 

 전화를 끊고서도 소년은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오르골을 매만지고 있었다. 오르골의 장식은 달 모양이었다. 휘어진 모양의 초승달. 그 장식을 아주 조금 돌리자, 뭔지 모를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가 어린 히나타를 재워 주었을까. 아마 분함에 우는 아이를 달랜 적도 여러 번이었겠지. 켄마의 엄지가 달의 표면을 쓸다가, 이내 뚜껑을 닫았다. 소리는 끊어졌고, 소년은 다시 걸었다.

 

**

 

 사는 일에 항상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코즈메 켄마는 늘 생각했다.

 그래서 켄마의 세계를 비집고 들어와 여름의 태양처럼 웃었을 때에, 그의 삶의 궤도는 달라지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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